Am I The Shown
Rodrick Reid Schanche

Lacquer on wood

영국 출신의 작가는 동양의 옻칠 기법을 연구하기 위해 중국에서 회화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그는 옻의 층을 얹고 갈아내는 행위를 통해 시간 속에서 변모하는 존재들의 본질을 탐구한다. 단단히 쌓인 겹겹의 표면은 저항하다가도 결국 부드럽게 굴복하며, 새로운 층이 덧대질 때마다 지나온 흔적을 은폐하고, 마모될 때마다 숨겨진 깊이를 드러낸다.  

가장 왼쪽의 첫 작품은 덧바름을 막 마치고 숨을 고르는 고요함을, 그 옆 두 번째는 흐려지는 경계들을, 그리고 세 번째는 깊이 패여 벗겨진 상실속에서 흘러나오는 재생의 기운을 그린다.  “삶은 끊임없는 흘려보냄의 연속이다. 어떤 것은 세월의 흐름에 묻히고, 어떤 것은 타인의 손에 스쳐 사라진다. 그러나 그 빈 공간은 결코 허무로 끝나지 않는다. 오히려 상실은 새로운 씨앗을 품을 토양이 된다. 경험의 풍파에 닳아가며 우리는 더 깊은 내면에서 단단함을 길러내고, 깨달음의 빛을 맞이한다. 때로 잃음은 새로운 것을 맞이하기 위한 필연적인 여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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