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통에 부여잡은 배, 그 아래에서
Sangwon Jo

porcelain, plaster

작가는 내밀한 사유와 무의식이 현실의 현상과 공명한다는 동시성의 개념을 바탕으로, 의식의 지향성이 만들어낸 현실 세계의 우연들을 기록한다. 그는 이 우연한 경험을 구성하는 감각, 감정, 시간, 환경과 같은 요소들을 다층적으로 조합하여 초현실적인 디오라마로 재현한다. 그렇게 완성된 설치물은 현실과 사유가 통합된 새로운 차원의 경험을 제시하며, 개인적인 우연을 집단적 체험으로 확장시킨다.  

작가는 첫 조카의 초음파 태동 소리를 들은 이후 잦은 새벽 복통에 시달린다. 작가는 그 미지의 고통과 함께 환각 속에서 겪은 육체적, 정신적 변태의 현장을 재현한다. 이 경험을 최근 지배적인 의식인 ‘두 성별 사이에 선, 속하지 못한 자들의 애환’과 연결 지으며, 이를 주제로 한 작가의 최근 프로젝트 <신남성성>의 은유 ‘너무 곧은 가지에는 꽃이 피지 못한다’를 이번 작업에서도 인용한다. 이를 소재로, 길에서 주운 꺾인 나뭇가지들을 모아 긴 가지로 엮고, 그 끝에 플라스틱을 녹여 만든 꽃을 달아 새벽마다 배 아래에 스며든 서늘한 위화감에 쓸쓸한 위로를 전한다.  



© 2025 13B Gallery.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