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에서 미술을 전공하던 두 기획자는 ‘전시’라는 형식이 때로는 작품 자체보다 공간의 권위에 의해 정의된다는 점에 의문을 품었습니다. 이에 미술이 보다 자연스럽고 자유롭게 존재할 수 있는 환경을 모색하기 시작했고, 그 탐색의 일환으로 자신들이 거주하던 런던의 집을 전시장으로 개조하여 두 차례의 전시를 개최했습니다. 이 실험을 통해 ‘집’이라는 공간이 미술을 가장 순수한 형태로 경험할 수 있는 장소가 될 수 있음을 발견하였고, 이는 13B 갤러리의 근간이 되었습니다.

13B 갤러리의 전시는 문학, 그중에서도 시(詩)에서 출발합니다. 하나의 시를 선정하고, 이를 다양한 매체로 해석한 작품들을 모아 전시를 구성함으로써, 언어와 조형예술 간의 상호작용을 탐구합니다. 동일한 시를 마주한 작가들이 각기 다른 시각과 표현 방식으로 이를 확장해 나가는 과정은 새로운 창작적 실험의 장이 되며, 관객에게는 한 편의 시가 다층적으로 변주되는 경험을 제공합니다.

런던에서 두 차례의 비영리 전시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저희는 이제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로 그 지평을 확장하려 합니다. 이번 3회차, 서울 전시를 통해 국내 작가들은 런던의 관객들과 소통할 기회를 얻게 되며, 13B 갤러리의 네트워크를 통해 한국의 작가들은 해외 작가들의 작품과 한자리에서 조우하게 됩니다. 이를 통해 각국의 다양한 시각이 하나의 전시로 집약되고, 
궁극적으로는 새로운 문화적 화음이 형성되는 장을 마련하고자 합니다.


13B 갤러리 조상원 정은우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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